디지털헬스케어 제품의 시장진출전략은 기존의 의료기기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다만 전통적인 의료기기의 시장진출 과정에서 무수히 겪어온 시행착오를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최근의 성장세와 기술동향 등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6대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략1) 미충족 의료수요(Unmet Needs)와 전주기 프로세스의 준수 및 이행
전통적인 의료기기와 마찬가지로 디지털헬스 제품군도 대부분 의료행위에 활용되기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사용자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 기술이 아무리 우수해도 미충족 의료수요에 따른 임상 현장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제품개발 이후 시장진입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는 다학제간 융합 분야이며 R&D의 비중이 매우 높다. 많은 초기 기업이 국가 R&D 수주에서 시작하여 제품개발을 통해 시장진출을 꾀한다. 또한 디지털헬스 기기를 포함한 의료기기 산업화는 개념 정립-개념검증-시작품 제작-시제품 제작-시험검사-비임상시험-임상시험 등 기존 공산품과 구별되는 추가적인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며,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에 관하여 R&D 초기 단계에서부터 종합적으로 전주기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이를 고려한 R&D 진행과 기술의 차별성이 필요하다. R&D 수행 과제를 대상으로 이러한 전주기 지원을 수시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화된 지원체계가 필요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2020~2025)의 예를 충분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전략2) 강점 집중과 개방 협력 전략
국내 의료 인공지능 기술수준의 조사 결과 100점 만점 평균 74점으로 최고기술 보유국(미국) 대비 2.7년이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9)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강점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일반화하거나 적응증을 늘리는 것보다는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 인공지능 의료기기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제품들을 보면 흉부 X-ray, 흉부 CT 및 안저카메라 영상 등을 활용한 기술개발이 상당수이므로, R&D 단계에서 서로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다른 부분은 적극적인 개방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도출해 내야 할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은 개방 협력을 원활히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신뢰기반 개발 협력 공유 플랫폼 구축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부의 주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전략3) 타겟마켓 정의 및 비즈니스모델 정립
전략1에서 언급하였던 미충족 의료수요를 기반으로 타깃 마켓의 정의와 해당 타깃 마켓별 비즈니스 모델 정이 필요하다. 각 나라가 보유하는 의료서비스 구조에 따라 타깃 마켓은 다양하며, 이에 따라 사용자(의료기관)와 보험자(환자 및 일반 국민), 지불자(진료비 등 보상주체)별 속성을 반영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하여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내 시장에는 지불자가 국민건강보험으로 단일화되어 있으나, 재정 속성상 수가 부여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출발하여 국내로 확산시키는 모델 등 글로벌 우선 진출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략4) 연계수출사업화 및 패키지화 전략
디지털헬스산업의 글로벌 시장진출을 위하여 연관 품목 간 연계, 진료과별 연계 등 상호 보완적인 요소를 통한 기업 간 사업화 협력 방안을 도출할 필요성이 있다. 루닛의 소프트웨어 제품과 GE Healthcare의 하드웨어 영상기기 간 결합이 그 한 예이다. 뷰노와 일본의 플랫폼 기업인 M3 AI와의 협력도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다. 비즈에이아이(VIZ.ai)와 메드트로닉(Medtronic)간의 협력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좋은 협력 사례가 된다. 또한 수술실에서 활용될 수 있는 제품군, POCT 형태로 활용될 수 있는 진단기기군, 이동형 응급시설에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 등을 토리텔링 형태의 패키지로 묶어 판매망을 넓히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전략5) 규제 효율화를 통한 선제적 시장진출 촉진
디지털헬스로 분류되는 혁신적인 의료기기들은 신기술이면서 활용 사례가 적은 관계로 공보험 등을 통해 수가를 책정받기가 매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라마다 나름의 방안을 만들고 시행 중이다. 미국 보험청(CMS)에서는 ‘신의료기술의 과도기적 보험급여 제도(Transitional Coverage for Emerging Technolgies, TCET)’ 발표를 통해 혁신적인 신기술에 대한 보험급여 결정 절차를 새롭게 마련하였다. 독일에서도 2019년 제정된 디지털헬스케어법에 따른 디지털헬스 어플리케이션 사례와 같이 처방형 지원모델을 기준으로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 안전성과 보안, 기능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1년간 임시수가를 지급하며, 해당 기간 내 임상결과를 평가하여 정식수가를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신의술평가 유예제도’가 도입되어 최장 3년간 비급여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 지정제도’를 통해 안전성은 확인되었지만, 잠재적 유효성만 판단되었던 조건부 신의료기술도 5년간 비급여시장에서 활용될 기회가 생겼다. 혁신적인 디지털헬스 제품이 시장에 선진입할 수 있는 루트로 환영받고 있지만 아직 세부적인 과정상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올해 4월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에 명시된 바와 같이 혁신의료기기 혁신펀드 등을 현실화하는 것도 매우 큰 임팩트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략6) 글로벌 M&A 활성화 촉진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다양한 M&A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예로, 기존의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이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을 M&A 하거나, IT 기업이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을 M&A 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도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에 M&A 되는 사례도 다수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기술력이 글로벌시장에 진출하여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듯 M&A는 의료기기산업에서 기업의 새로운 출구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올해 5월 글로벌 의료기기 1위 회사인 메드트로닉에서 총 1조 원 규모의 국내 이오플로우사 지분인수 및 국내 생산기지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추진 사례는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예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론
디지털헬스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다. 전통적인 의료기기 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임상 의료 전반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고, 새롭게 확대되고 있는 시장인 만큼 지금까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이 나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전주기적 R&D 지원, 적극적인 병원 참여, 효율적인 규제과학 등이 체계적으로 진행될 때 우리나라에서 그 주인공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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